[영화 리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초기작품 46년 만에 정식 극장개봉 <순응자>

기사입력 2016.01.29 02:46 조회수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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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삶과 적당히 타협하는 삶의 경계가 어디인지 묻다.


 


[서울문화인] <마지막황제>, <몽상가들>을 연출한 이탈리아출신 세계적 거장 감독인 베르나르도 베트톨루치의 <순응자>(1970)가 46년 만에 국내에서 정식으로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 ‘순응자’를 만 29세의 나이에 각색, 연출한 영화로 토론토영화제 선정 세계 100대 영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100대 영화,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로튼토마토(미국 영화정보 사이트) 신선도 지수 100%, 메타크리틱(미국 영화평론 사이트)에서 비평가 점수 100점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국내에서도 영화팬들 사이에서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작품이었지만, 정치적 상황으로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된 적은 없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정권 당시, 파시스트인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태어났지만,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던 운전기사를 총으로 쏴 죽인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마르첼로(장-루이 트린티냥)는 기존 사회 질서에 순응하여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파시스트가 되고자 한다. 파시스트에 대한 두려움 때문도, 돈 때문도 그렇다고 파시스트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닌 마르첼로는 자신이 원하던 비밀경찰이 된다.


 


평범한 여성과 결혼한 마르첼로는 결혼식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치적 망명중인 반독재 인사로 과거 자신의 은사인 콰드리교수(엔조 타라스치오)를 암살하기 위해 파리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막상 콰드리 교수의 집에 갔을 때 만나게 된 교수의 젊은 부인 안나 콰드리(도미니크 산다)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그의 결심은 흔들리게 된다.


 


영화 속 마르첼로는 콰드로 교수를 정말로 암살해야 하는지, 아내를 버리고 안나와 사랑의 도피를 해야 하는지 갈등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던 평범한 삶, 즉 기존 사회 질서에 순응하면서 사는 삶을 포기하고 자기 자신의 삶의 정체성마저도 포기해야 하는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원작 소설과는 전개과정과 결말이 많이 다르지만 원작의 정수를 그대로 살려낸 영화는 주인공의 내면을 파고드는 예리한 카메라 워크와 회상 장면들로 직조되는 다층적인 스토리, 느와르적인 긴장감이 넘치는 화면구도로 관객을 한껏 몰입시킨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반전은 <순응자>가 얼마나 정교하고 장엄하게 연출된 걸작인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1970년대 제작된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압도적인 미쟝센을 보여준다. 1930년대를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배경과, 마르첼로의 인식에 따라 딱딱하고 질서 있는 모습에서부터 흐트러진 느낌을 주는 분위기로 이어지는 미쟝센은 단연 으뜸이다. 또 낮은 높이에서 움직이는 현란한 카메라, 빛과 어둠을 경계 짓는 탁월한 조명효과, 철저하게 계산된 트래킹 숏, 완벽한 화면구도와 대담한 앵글 그리고 공간과 여백의 미는 황홀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 <순응자>는 많은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 큰 영향을 끼친 영화이지만 위안을 찾거나 편안히 감상할 영화는 아니고 다분히 이념적이라 불편해 할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이전 파시스트가 지배한 이탈리아의 정치•사회적 배경 지식도 필요하고,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우상' 등을 인용하고 있어 그에 대한 배경지식도 필요하다. 더구나 전개과정을 보면 마르첼로가 호텔에서 나와 차를 타고 안나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마르첼로의 과거 이야기를 구분 없이 교차해 보여주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잡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순응자>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연출은 <대부>, <택시 드라이버> 등 걸작을 탄생시킨 모더니즘의 모태이다. 또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 코엔 형제, 박찬욱 등의 수많은 감독이 오마주한 작품이기도 하며 지금까지도 세계적 거장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 <순응자>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오는 1월28일 개봉하고, 청소년 관람불가이며, 러닝타임은 111분이다. [김종현 기자]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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