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반 고흐’ 최북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다.

호생관 최북 탄신 300주년 기념 중앙박물관 회화실 교체전시
기사입력 2012.11.22 01:47 조회수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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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회화실에서 붓으로 먹고사는 사람(호생관毫生館)이라는 아호를 썼던 조선후기 직업화가 최북崔北(1712~1786?)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이 전시는 최북 탄신 30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전주박물관에서 2012년 5월 7일(화)부터 6월 24일(일)까지 개최했던 특별전의 서울 순회전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새롭게 선보인는 전시이다.


 


술을 좋아하고, 자기 눈을 스스로 찔러 애꾸가 되었고, 금강산 구룡연에 갑자기 뛰어들었다는 등의 기이한 행적으로 인해 ‘조선의 반 고흐’로 불리기까지 하는 최북의 일생에 대해서는 전하는 기록이 거의 없다. 다만, 그의 그림을 높이 평가했던 문인들의 문집 속에 조금씩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다. 기이한 행동을 일삼은 광기 어린 화가로 알려진 최북은 그림을 매우 잘 그려 쏟아지는 주문에 시달렸고 말년에 매우 가난하게 생활했다고도 전한다. 30대 중반의 나이였던 1748년, 일본에 통신사 수행화원으로 파견되었을 때 일본인들이 그의 그림을 얻고자 몰려들었다던 기록도 있다. ‘거기재(居其齋)’라 쓰여 있는 그림 대부분이 그 때 그린 것이다.


 


기이한 행적으로 알려진 최북의 작품세계는 다소 거칠 필치를 보이는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의외로 차분하고 얌전한 필선으로 그린 전형적인 남종문인화풍의 그림들이 많다. 당시 18세기 화단에서 유행하던 화풍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최북이 그림에 남다른 소질이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시와 글, 그림에 능하다는 의미로 삼기재(三奇齋)라 한 것도 주목된다. 영의정을 지냈던 남공철(1760~1840)은 최북 그림이 날로 유명해져 사람들이 최북을 ‘최산수’라고 불렀으나, 화훼·영모·괴석·고목을 더욱 잘 그렸고, 초서에도 능하였던 필묵가라 하였다.


 


전시에서는 최북의 산수화, 화조영모화, 인물화 등 23점을 화목별로 소개하며, 산수화와 영모화에 뛰어나 ‘최산수’, ‘최메추라기[최순崔鶉]’라고 불리웠던 그의 명성을 확인해본다. 특히 꿩을 소재로 한 그림 두 점이 나란히 선보인다. 1751년에 그려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쌍치도>와 개인소장 <치도>를 함께 전시하여 서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무와 가지, 배추 등 서양의 정물화와 비슷한 그림을 그렸던 것 또한 주목된다.《제가화첩》과《탁영서첩》등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최북 작품들도 서울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한편,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국립중앙박물관 회화실(인물화실, 화조영모화실, 궁중장식화실) 전시품이 함께 전면 교체되어 새롭게 선보인다. 특히 신명연(1808~?)과 심사정(1707~1769)의 화훼도에서는 국화와 메뚜기가 그려져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이정(1554~1626)과 조희룡(1789~1866)의 대나무 그림도 선보이며, 5만원 신권 지폐의 배경그림으로 채택된 어몽룡(1566~1617)의 <월매도>, 겨울철 눈 쌓인 소나무의 모습을 담은 이인상(1710~1760)의 <설송도>, 개인소장 심사정의 <전가락사> 또한 주목되는 작품이다. 회화실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들은 내년 2월 17일(일)까지 전시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조선시대 회화의 깊은 맛과 미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서화관 회화실
○ 전시작품 : 최북필 산수도 등 16건 23점
○ 전시기간 : 2012. 11. 20(화)~2013. 1. 20(일)
 



산수도


 



산수도山水圖, 1757년, 종이에 먹 紙本水墨
정축년丁丑年(1757년) 가을날 그린 작품이다. 비가 내린 후 날이 흐려 어둡고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경치를 연상시킨다. 물기가 많은 붓으로 툭툭 점을 찍어 산세를 묘사하는 것은 미법산수화풍米法山水畵風을 적용한 것이다. 상단에 “정축년 가을날 최북이 그리다[歲丁丑仲秋 三奇齋寫]”라고 적혀 있는데, ‘삼기재三奇齋’는 최북의 아호로, 시과 글씨, 그림에 모두 능했다는 의미다. 글씨의 시작 부분에 ‘호생관’이라는 인장이 찍혀 있으며 끝 부분에 ‘崔北’과 ‘七七’이라 적힌 도장이 찍혀있다.



매하쌍치도


 



<매하쌍치도梅下雙雉圖> 1751년, 종이에 색 紙本彩色
꿩은 선비의 절개와 청렴을 상징하여 애호되던 주제였고, 이 그림에서처럼 장끼와 까투리가 함께 등장하는 소재 역시 길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화면 우측 상단에는 “신미년(1751년) 음력 7월에 김씨와 이씨 성을 가진 친구들에게 주는 그림[歲辛未梧月 三奇齋 七七寫 贈金友□□ 次贈李友而貫]”이라 적어 가까운 벗에게 선물한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제작연대가 남아있는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갖가지 화려한 매화 아래 수컷 장끼는 꼬리 깃털이 유려하게 위로 뻗어 올라 있어 시선을 끈다.
 
호취응토도


 



<호취응토도豪鷲凝兎圖>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紙本淡彩
나뭇가지 위에 앉아 토끼를 노리는 매를 그린 것이다. 먹잇감을 눈 앞에 둔 매의 노란 눈과 붉은 혀는 매서운 인상과 긴장감을 잘 표현하였고, 매의 몸이 앞쪽으로 쏠려있어 화면 하단에 도망가고 있는 토끼에게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은 긴박함이 살아있다. 이러한 매 그림은 세화歲畵[새해를 맞아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좋은 일만 기원하는 의미로 그린 그림]의 주된 소재이기도 했다.


 


소와 목동, 나무 아래 인물


 


소와 목동


나무 아래 인물


최북 그림 9점과 심사정 그림 2점 등으로 구성된 화첩 속에 담긴 그림 가운데 두 폭이다. 최북의 <소와 목동>에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 류가劉駕(822~?)의 <목동牧童> 시구, 날이 저물어 소를 타고 돌아오네[盡日驅牛歸]가 적혀 있다.  커다란 나무 아래 누워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고 있는 선비 그림도 같은 화첩에 실려 있다. 가로로 뻗은 나무 아래 상 위에는 술병과 술잔 등이 놓여있고, 팔을 괴고 다리는 꼰 채로 누워 있는 인물은 간략한 필치로 그려졌다. 화첩은 소품이지만, 최북의 다양한 소재의 그림들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초옥산수도


 



초옥산수도, 1749년 종이에 먹 紙本水墨
기사년(1749) 겨울 호생관이 그렸다己巳冬毫生館寫’는 묵서가 있어 제작연대가 확인된다. 화면 왼편에는 둥근 달이 떠있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 초옥 안 의자 위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그렸다. 흩뿌린 먹점은 눈 내리는 화면 효과를 위해 구사되었을 가능성도 있어 흥미롭다. 2책으로 구성된 서첩인 <탁영서첩> 중 제2권의 첫장과 마지막장에 각각 수록된 작품 중 한 점이다. “호생관毫生館”, “최식지인崔植之印”, “반월최씨半月崔氏” 도장 3개가 찍혀 있다. 최식은 최북의 어렸을 때 이름이다.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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