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문화전 5부, 자연을 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16년 3월 27일까지
기사입력 2015.10.23 16:15 조회수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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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성북동에서 1년에 두 번, 각각 2주씩만 전시를 해오던 간송미술관이 2014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소장품전을 시작한지 어느덧 다섯 번째 전시로 꽃과 풀, 날짐승과 길짐승 등 동식물들을 소재로 하는 화훼영모 작품을 소개로 하는 『간송문화전』 5부 "화훼영모_자연을 품다"전을 시작했다.


 


조선시대를 이어오면서 우리나라의 회화하면 사군자를 비롯해서 산수화가 떠오르지만 화훼영모화도 우리 선조들은 꽃과 새, 곤충과 물고기들도 자연의 일부임과 동시에 우주만물의 섭리가 함축된 존재로 인식하고 산수화나 인물화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는 동식물들을 통해 도덕적 이상과 더불어, 무병장수나 입신출세 등과 같은 현세적 욕망을 담아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의하면 화원(畵員)을 뽑을 때 영모를 3등, 화초(花草)를 4등으로 뽑았다 한다. 참고로 1등은 대나무, 2등은 산수화이다.


 


특히, 자연친화적인 성격이 강한 우리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여러 가지 화과명(畵科名, 그림 분류 명칭)을 붙이면서 다양한 동식물 그림을 그려 왔다. 꽃과 풀이라는 의미의 화훼(花卉)와 꽃과 새라는 뜻의 화조(花鳥), 풀과 벌레라는 의미인 초충(草蟲) 및 새와 짐승이라는 뜻의 영모(翎毛)가 그것들이다. 물고기와 게라는 어해(魚蟹)와 물고기와 새우라는 어하(魚蝦)가 첨가되면 동식물을 소재로 하는 모든 화과명은 총망라된다 하겠다.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관이 수장하고 있는 동식물 그림 중에서 고려 공민왕(恭愍王, 1330-1374)으로 부터 조선왕조 말기의 관재(貫齋) 이도영(李道榮, 1884-1933)까지 550년에 걸친 기간 동안의 각 시기를 대표하는 그림을 가려내어, 그림을 통해서 시대정신과 기법 차이를 한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시로 공민왕, 이징, 윤두서, 정선, 변상벽,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신사임당 등 고려 말에서 조선말까지 500여 년 동안 당대를 대표할만한 화가들이 동식물을 소재로 그려낸 작품 90여 점이 출품되었다.


 


훤원석죽(萱菀石竹, 원추리꽃과 패랭이꽃) 신사임당(1504-1551), 지본채색, 41.0×25

원추리꽃, 패랭이꽃, 개미취가 한데 피어 있는 꽃밭에 한 쌍의 나비가 날아들고, 도마뱀 한 마리가 사냥을 나온 듯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나열적인 배치, 평면적인 묘사가 다소 아쉽지만, 전형적인 조선중기 신사임당풍의 화훼초충도이다. 담박하고 안정된 구도와 섬세하고 온화한 표현, 소박하고 정갈한 색채에서 조선 사대부 가문의 여인이 지닌 성정과 미감이 고스란히 배어난다.


 


과전전계(瓜田田鷄, 오이밭의 참개구리) 정선(1676-1759), 견본채색, 30.5×20.8cm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알려진 겸재 정선이 패랭이꽃(石竹花)이 섞여 피고 참개구리와 나비가 모여든 한여름 오이밭 풍경을 그렸다. 70대 후반에 그린 작품으로 사생과 구도, 색감의 조화까지 어느 하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다. 호방한 그의 산수화들도 이런 정밀한 사생력과 탁월한 구도감각이 밑바탕 되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진경산수화로 일세를 울렸던 노대가의 눈 속에 비친 주변과 일상은 이 그림처럼 따스하고 풋풋하며 생명력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한없이 사랑스럽고 정겹다.


 


향원익청(香遠益淸, 향기는 멀수록 맑다) 강세황(1713-1791), 지본채색, 115.5×52


옛 사람들은 진흙 속에서도 화사한 꽃을 피우는 연을 보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고고한 군자를 떠올렸다. 정조대 시서화 삼절로 명성이 높았던 표암 강세황이 그 감흥을 그대로 살려 그림으로 옮겼다. 연밭에 연이 가득하겠지만, 오직 두 포기만을 그려 연의 청정한 자태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끝자락에만 붉은 빛이 감도는 하얀 연꽃은 순수함과 화사함이 공존하고  수면 위 어린 연잎과 수초는 현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연밭의 터줏대감인 개구리와 연잎 위에 자리한 풀벌레가 더해져 여름날 연밭의 운치와 흥취를 오롯이 전해준다.


 


황묘농접(黃猫弄蝶,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 김홍도(1745-1806), 지본채색, 30.1×46


화창한 전원의 봄날, 긴 꼬리를 가진 검푸른 제비나비가 꽃을 보고 날아들었다. 주황빛 고양이가 고개를 돌려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나비를 쳐다본다. 언뜻 늦봄 한가롭고 평화로운 전원의 풍경을 담은 그림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환갑이나 생신을 감축하기 위해 그린 그림일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고양이는 일흔 노인, 나비는 여든 노인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장수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림의 정취와 아름다움까지 이처럼 빼어나니, 아마도 최고의 선물이 되었을 터이다. 옛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멋진 풍류가 새삼 그리워지는 작품이다.


 


자웅장추(雌雄將雛, 암수탉이 병아리를 거느리다) 변상벽(1730-1775), 지본채색, 30.0×46.0cm


화창한 어느 봄날 풀밭에서 노니는 닭의 일가족을 화폭에 담은 그림이다.  이 그림을 그린 변상벽은 영조시대를 대표하는 초상화가였다. 초상화를 그리는 정밀한 기법으로 동물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 특히 고양이와 닭을 기막히게 그려 변고양이, 변닭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였다. 닭의 모양새는 물론, 깃털의 질감까지 남김없이 묘사한 정확하고 세밀한 필치가 놀랍다. 외양뿐만 아니라, 닭과 병아리들의 성격과 감정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히 닭의 초상이라 부를만한 작품이다.



이외에도 전시장에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삶과 그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는 특별실이 꾸며져 있으며, 또한, 이번 전시는 한 달 단위로 전시 작품을 교체하여 더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 한다. 전시는 2016년 3월 27일까지이다.


 


한편, 지난해 처음 열린 간송문화전 1부는 ‘간송 전형필,’ 2부는 ‘보화각’ 이라는 주제로 각각 꾸며졌고, 소장품들중 『훈민정음』, 『혜원전신첩』, 『촉잔도권』등 주요 명품들이 전시되었었다. 3부 ‘진경산수화’ 전시에는 우리 강산 고유의 아름다움을 사생한 진경시대 산수화들이 주를 이루었고, 올해 10월에 마친 4부 전시는 ‘매. 난. 국. 죽.’을 주제로 군자의 성품과 몸가짐을 연상케 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서화들이 대거 출품되었었다. [허중학 기자]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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