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2017 <올해의 한책> 어린이 그림책.《감기 걸린 물고기》

사계절, 박정섭 작가
기사입력 2017.02.07 00:59 조회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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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고? 감기 걸린 물고기는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배고픈 아귀와 알록달록한 물고기 떼다. 아귀는 물고기 떼를 잡아먹고 싶지만, 똘똘 뭉쳐 헤엄치는 녀석들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물고기들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궁리하던 아귀는 물풀 사이에 숨어 조그만 목소리로 소문을 낸다. “얘들아~ 빨간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대~” 물고기가 감기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물고기 떼는 코웃음을 치지만 아귀는 그만두지 않는다. 열이 나서 온몸이 빨개진 것이라고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인다. 소문은 조심스럽게 무리 속을 파고들고 그 뒤로는 물고기들의 입을 통해 점점 부풀려지고, 심각해지고, 확신을 불러온다.


 


결국 우리한테 옮기 전에 당장 내쫓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아귀는 입을 쩍 벌리고 기다리다가 쫓겨난 빨간물고기들을 날름 잡아먹는다. 그리고 또 다시 소문을 낸다. “얘들아~ 노란물고기도 감기에 걸렸대. 그새 옮았다는구나.”라고 이제 물고기 떼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를 의심하며 다른 색깔 물고기들을 줄줄이 쫓아낸다.


 


거짓 소문이 몰고 온 한바탕 소동 누가 봤다더라’, ‘누구누구한테 들었는데……진위에 대한 판단을 남에게 미루며 가볍게 전하는 말들. 소문은 생각보다 자주 들려온다. 작게는 친구들 사이의 뒷이야기부터 학교, 직장, 때로는 사회 전체를 술렁이게 하는 큰 소문도 있다. 요즘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곤 한다.


 


물론 소문이 꼭 나쁜 것만은 아지만 누군가 못된 의도로 감추고 있던 것이 조금씩 새어 나와, 세상에 진실을 드러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듣는 소문은 대부분 누군가를 상처 입히거나, 잔뜩 부풀려진 채 허무한 소동으로 끝나곤 한다.


 


감기 걸린 물고기는 책속에 나오는 아귀와 물고기 떼처럼 곰곰 생각해 보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 텐데, 겁에 질린 물고기들은 뒤따라오는 아귀를 알아채지 못한다. 친구들과 함께 상황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 나한테 옮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물고기들의 눈과 귀, 마음까지 꽁꽁 닫게 한다. 수가 얼마 남지 않아 이제는 물고기 떼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검은 물고기 한 마리가 미심쩍게 묻는다. “너희들 감기 걸린 물고기 본 적 있어? 소문은 누가 내는 거지?”라고, 과연 이 뒤늦은 각성이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까? 쌉쌀한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감기 걸린 물고기는 개성 넘치는 젊은 작가 박정섭의 세 번째 창작그림책이다. 소문, 거짓말, 따돌림…… 소재는 무겁지만 그림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점점 줄어드는 물고기 떼를 몸통이 툭툭 잘려나가는 것처럼 표현하는가 하면, 빨강 노랑 같은 원색으로만 면을 가득 채워 과감하게 연출하기도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장면을 설명하는 글 대신 아귀와 물고기 떼가 주고받는 대화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다. 캐릭터들의 성격이 살아 있는 날생선같은 문장들로 배짱 좋게 밀고 나가고 여기에 세심하게 디자인된 타이포그래피가 읽고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아귀의 거짓 소문에 휘둘리는 물고기 떼의 모습은 답답하기도, 얄밉기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그들의 말과 행동이 우리 안의 어떤 모습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블랙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마지막 장면은 쌉쌀한 여운을 남긴다. 책을 덮으며 나라면 어땠을까?’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감기 걸린 물고기


펴낸날. 2016831/ 판형. 203×254mm양장컬러5613,500


 


 


감기 걸린 물고기는 한책선정단을 통해 2017 함께 토론하기 좋은 도서 <올해의 한책>의 어린이 그림책에 선정된 도서로 한책선정단은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전문도서관 사서 43명으로 구성된 사서네트워크로 1년간 어린이, 청소년, 성인 모둠별로 도서를 추천하고, 월별 토론회의 통해 시민들이 함께 토론하기 좋은 주제를 가진 도서를 선정한다.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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