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서울성곽을 둘러보다. 2

종로의 숨은 비경, 백사실
기사입력 2009.07.11 23:15 조회수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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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여러 번 쉬면서 일행은 모두 무사히 창의문에 닿았다. 이곳을 도착하면서 출입증을 반납한 다음 창의문 옆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담소를 하고나서 문루에 올라 창의문을 둘러본다. 광해군이 반정군에게 속아 문을 열어주는 바람이 정권을 빼앗긴 원인이 되었던 문이다. 또한 한양의 성곽 문 가운데 가장 보존이 잘되어 있는 곳이다.


요즘에는 드라마나 영화촬영도 많이 하는 곳이라고 한다. 걸어서 문을 지나다가 연극배우인 사촌동생 재용이가 연우랑 사진 한 장을 찍으라고 하여 다시 문 앞으로 나와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을 찍고 보니 이곳이 왠지 정겹다.



문을 통과하다가 월단(月團:무지개 모양의 석문)맨 위에 봉황 한 쌍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닭을 닮은 봉황을 그린 이유는 창의문 밖의 지형이 지네처럼 생겼으므로 지네의 천적인 닭을 그려 넣은 것이라고 한다. 일단 나는 자료삼아 사진을 한 장 찍어 둔다. 벌써 시간은 정오를 지나가고 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인근에 있는 만두집으로 갔다.



상당히 유명한 집인지, 일요일 점심시간인데도 사람이 아주 많다. 등산을 마치고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시내에서 차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도 많은지 주차장이 만원이다. 식사를 위해 만둣국과 콩국수를 시켰다.



맛은 좋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인지 동행했던 동국대 경영학과 전승우 교수는 “맛 대비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라고 코멘트를 했다. 마케팅전공 교수다운 일침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13명이 식사를 하고 밥값으로 132,000원이 나왔다. 나도 놀랐다. 술도 한잔 안마셨는데.



식사를 마친 일행은 당초의 계획이었던 환기미술관으로 길을 잡았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전문출판사인 재원의 대표인 박덕흠 사장이 환기미술관에 전화를 하여 단체로 가니 안내를 해 달라는 부탁전화를 했다.



아뿔싸! 공사 중이란다. 오랜 만에 미술작품을 보면서 눈요기를 하려고 했는데 노안이 든 나의 눈은 언제나 그런 복을 못 누리는가 보다. 그래서 일행 모두는 급히 다른 일정을 잡기로 했다. 부암동을 대충 둘러 본 이후에 백사실~현통사(玄通寺)~세검정으로 가자! 
 


부암동은 청와대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종로의 숨은 농촌마을이다. 아직도 곳곳에 밭이 있고 그 흔한 슈퍼 같은 곳은 찾아보기도 힘든 지역이다. 그런데 2~3년 전 TV드라마의 촬영지로 인기를 끈 이후 집값도 오르고 곳곳에 카페와 식당이 많이 생겨나 요즘은 전세방 구하기도 어렵다.



부암동을 둘러 본 후, 일행은 백사실로 향했다. 지난 번 답사를 왔던 곳이라 일부는 잘 아는 곳이지만, 대부분이 생경한 곳이라 나도 부담 없이 백사실로 갔다. 종로의 숨은 보물 부암동 백사실. 환경단체에서 도롱뇽이 살고 있다고 하여 개발을 반대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 서울시가 은평뉴타운으로 시작으로 하여 창의문에 이르는 은평새길과 신영삼거리에서 성북동을 잇는 평창터널공사를 준비하고 있는 관계로 지형과 지질의 변화가 심히 걱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백사실 계곡과 이항복 선생의 별장터, 연못, 숲에 감동을 하고 있는 동안, 초등학생이 연우는 이미 신발과 양말을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신났다. 한참 산책을 하고 좋은 바람을 쇈 이후, 일행은 현통사를 거쳐 세검정(洗劍亭)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세검정은 인조반정 당시 이귀, 김유 등이 이곳에 모여 광해군 폐위 결의를 하고 칼을 씻었다 하여 이름이 생긴 정자이다. 이곳에서 답사를 모두 마치고 일행은 신영삼거리에 있는 막걸리 집으로 갔다. 역시 등산을 하고나서는 시원한 막걸리가 최고다.



젊은 여성들은 시원한 맥주를 원했지만, 아쉽게도 인근에 맥주 집은 보이지 않았다. 재원출판사가 인근에 있는 관계로 박덕흠 사장이 길을 안내하여 단골 막걸리 집으로 간 것이다.



막걸리 한잔이 주는 행복감이 너무 좋았다. 약간의 배고픔도 잊게 하고, 피곤함도 달래주는 막걸리. 농부나 건설노동자들이 왜 한참 일을 하고 나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지 알 것 같은 시원함이 좋았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빈대떡도 맛있었다.



오늘 아빠를 따라 3시간 넘게 등산과 산책을 한 연우는 “아빠! 나도 막걸리 한잔 주라”라고 하여 한잔을 주었다. 녀석은 맛만 보라고 준 막걸리를 기분 좋게 한잔 전부 마시고 이내 취해버렸다. 순간 나는 걱정이 되었다. ‘이거 또 집사람에게 크게 지청구를 듣겠구만!’



아니나 다를까? 연우가 친구랑 전화통화를 하는데 발음이 자꾸 꼬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술에 취한 연우를 데리고 급히 집으로 향했다. 사람들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술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아빠와 함께하는 등산이 무척 좋은 것이지만, 2차로 술을 한잔하기에는 아직 어린아이를 동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래도 자주 연우랑 서울을 알기 위해 역사, 문화체험을 하고 싶다.







 


김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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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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