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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세종은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배우기 쉬운 체계와 원리를 갖추고 그 모양 역시 단순 명료한 형태로 구성된 새로운 문자 한글을 만들었다. 이처럼 한글은 철저히 사용자 관점에 맞춰 기획되고 디자인된 글자라고 할 수 있다. 쓰임과 목적, 방법과 심미성, 사용자의 요구 등을 고려한 디자인적 의미를 담고 있는 한글은 현재의 디자인의 본질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한글 세계화’ 등 국내외 한글 홍보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이 그동안 국내외 개최된 한글디자인 전시는 서예, 타이포그라피, 캘리그라피, 상품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다루어졌지만 한글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치러진 경우가 많았다. 이 또한 한글 관련 전시, 교육, 행사 등은 단기적 산발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2016년부터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디자인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고 도전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한글실험프로젝트’를 진행,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2016년 동경문화원, 2017년 국내전)을 진행하였고 2017년에는 LA문화원에서 ‘소리×글자: 한글디자인’전을 진행한데 이어 4월 9일부터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소리×글자: 한글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한글실험프로젝트의 주제는 ‘소리’이다. 한글은 소리가 나고 들리는 이치와 체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상징화하고 시각화한 새로운 글자 체계로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소리를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어 만물의 정을 통하게 하였다”라고 하며, 소리와 상호작용하는 한글의 문자적 유연성에 주목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글의 탄생 원리’와 ‘소리를 나타낸 한글의 규칙성’의 두 가지 핵심 개념에 집중하여, 한글디자인을 소리의 이미지화라는 시각적 차원과 소리의 채집‧기록이라는 음성적 차원의 상관성으로 ‘소리 길’, ‘소리 시각’, ‘소리 기록’, ‘소리 채집’의 4가지 관점에서 해석한 9팀(김윤태, 김현석, 네임리스, 빠키, 석재원, 왕현민, 장성, 정진열, 하지훈)의 디자이너들이 한글박물관과 오랜 시간 동안 협업하여 완성한 작품을 통해 한글이 가진 다층적, 다의적 조형언어를 보여준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건축, 가구, 그래픽,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로 실험적 관점에서 한글디자인을 새롭게 조명하였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실험프로젝트’를 통해 한글디자인 창작과 나눔의 장으로써 박물관 역할의 확장과 동시대의 이슈와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한글디자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은 물론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데 최적의 소재인 한글, 한글디자인을 통해 국내외에 한글문화의 이해를 높여 가는 방향의 연장선상에서 세 번째 제3회 한글실험프로젝트는 2019년 새롭게 문을 여는 주한프랑스문화원 국외전을 시작으로 또 다른 한글디자인을 가지고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오는 6월 3일까지 진행되며,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기간 중에는 전문 해설사에 의한 전시 해설을 운영한다. 한국어 전시 해설은 주중과 주말 1일 2회(오전 11시, 오후 3시), 영어(수, 오후 2시), 중국어(목, 오후 2시), 일본어(금, 오후 2시)는 각각 주 1회씩 실시하여 관람객들에게 보다 심도 깊은 전시 해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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