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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태극기는 고종(高宗, 재위 1863-1907)이 자신의 외교고문이었던 미국인 데니(Owen N. Denny, 1838-1900)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 하사한 태극기이다. 데니는 1886년 청나라 리훙장(李鴻章, 1823-1901)의 추천으로 고종의 외교고문이 되었지만, 자주외교를 원하는 고종의 뜻에 따라 청나라의 부당한 간섭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조선이 주권독립국임을 주장하였다. 그는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과 협조할 것을 권고하는 등 청나라를 견제하는 외교 활동으로 청나라의 미움을 받아 1890년 외교고문직에서 파면 당했다. 이때 고종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데니에게 내린 선물이 이 태극기이다.
이는 가로 263cm, 세로 180cm인 대형 태극기로, 바탕은 흰색 광목 두 폭을 이어 만들었고, 태극은 붉은색과 푸른색 천을 오려서 바느질 했다. 특이점은 4괘의 위치는 지금의 태극기와 같지만 깃봉을 다는 위치가 다르며, 태극의 푸른색과 같은 푸른색 천으로 만들었다. 이 태극기는 데니의 가족이 보관하다가, 1981년 후손 윌리엄 랠스턴William Ralston이 대한민국에 기증하였다.
‘강세황과 진주강씨 5대 초상’(서화관 내 주제전시실1, 2018.8.7.~11.18.)
강세황姜世晃(1713~1791)을 비롯한 진주강씨 5대의 초상을 한 자리에 모아 새롭게 꾸며졌다. 진주강씨는 삼대三代가 나란히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가 “삼세기영지가三世耆英之家”라고 불린 명문가였다. 강세황은 시서화詩書畫 삼절三絶로서 조선 후기 문예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고, 손자 강이오姜彛五(1788~1857) 등이 예술적 기질을 이어받아 서화로 이름을 남겼다.
강렬한 자의식을 드러낸 강세황의 <자화상>을 비롯, 정조正祖(재위 1776~1800) 시대 최고의 초상화가였던 이명기李命基(1756~?)가 그린 <강세황 초상>, 이재관李在寬(1783~1838)이 그리고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글을 남긴 <강이오 초상>은 정신성과 사실성을 함께 성취한 조선 후기 초상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특히 <강인 초상>과 <강노 초상>은 이번에 최초로 일반에 공개하는 작품이다. 5대의 초상을 함께 볼 수 있는 유례없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물고기 노니는 그림과 분청사기’(서화관 내 명품실, 2018.8.7.~11.18.)
명품실에서는 물고기를 그린 조선시대 그림과 분청사기를 함께 선보인다. 물고기는 늘 한국인의 삶 가까이에 있었다. 옛 사람들은 풍요, 다산多産, 여유 등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담아 물고기를 그렸다. 18세기 전반에 활동한 화원 김인관金仁寬은 물고기 그림으로 이름 높았다. <물풀과 물고기>는 드물게 전하는 김인관의 작품으로, 청신한 감각이 돋보인다. 장한종張漢宗(1768~1815)의《물고기와 조개》는 사실성과 서정성이 조화를 이룬다. 분청사기를 장식한 물고기 문양은 활달한 선묘로 그려져 높은 수준의 회화성을 보여준다. 그림과 도자기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감상하며 무더운 한 때를 느긋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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