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사상을 예술적으로 녹여낸 문자도, 판화로 보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동 아시아 문자도의 세계’ 특별전
기사입력 2020.05.25 17:19 조회수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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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jpg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

 

 

 

동아시아 타이포그래피 문자도’ 70여점 공개

       

[서울문화인] 글자가 만들어진 이후 이를 조형적 예술로 승화시킨 서예는 동양미술사에서 중요하고 오래된 전통을 차지하고 있다. 서예가 지식층의 전유물이었다면 18세기 들어서면서 민간에서는 민화 가운데 도안화된 글자예술인 문자도(文字圖)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민화는 그림에 대한 기초가 없고, 기법에 대한 단련도가 부족하다 하여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여 주류미술사에서도 배제되어 조망되지 않았다. 현재 남아있는 작품도 일부 수집가들에 의해 전해져 내려오면서 보존되고 있다.

 

현대미학이론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불가사의한 미의 세계가 미의세계가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그림같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독특한 미지의 세계가 있다. 이 그림이 세계에 알려지는 날이 오면 세상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민화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진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일본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1959<민예> 8월호에 기고한 불가사의한 조선민화에서 조선민화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은 민화도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민화를 소재로 많은 전시가 기획되어 과거보다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어쩌면 현대 미술의 다원적 측면과 맞아떨어지면서 사대부의 회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조형성과 해학미가 보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정작 과거 국내에서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그럼 우리 민화의 장르에서 문자도는 어떠한가? 신 타이포그래피를 정립한 독일 출신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얀 치홀트(1902~1974)에 앞서 우리는 이미 널리 문자도라는 타이포그래피가 널리 성행했지만 아직도 예술의 영역에서 배제하고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민화가 오랜 기간 예술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싶다. 비록 문자도가 민화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지만 문자에 예술성은 물론 당시 이념이 녹여져 서예와는 또 다른 새로운 한 장르로 다뤄져야 할 분야라 생각이 든다.

 

민화 04.jpg
조선 후기, 문자도 병풍 [김세종민화컬렉션 소장]

 

 


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동 아시아 문자도의 세계특별전

이런 가운데 6,000여점의 판화를 소장하고 있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문자도와 관련된 판화와 판목을 선별하여 오는 530일부터 731일까지 고판화박물관 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문자도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의 문자도 판화를 비롯하여, 문자도를 찍었던 판목 등 70여점의 선별하여 선보인다.

 

문자도는 말 그대로 문자의 언어적 내용을 시각적 형상을 한 그림으로 판화는 세계 각지에서 제작되었지만 유독 문자도는 주로 한자문화권에서 많이 제작되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문자도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글자는 효제충신(孝悌忠信)예의염치(禮義廉恥) 여덟 자와 수복(壽福)과 길상(吉祥)의 의미를 가진 글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특이 한 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효제충신예의염치 여덟 글자가 다른 나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여덟 자는 조선의 통치이념인 유교의 키워드 텍스트이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이에 대해 ‘‘효제충신예의염치’는 유교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기고자 관에서 ‘문자도’를 만들어 배포하였으며, 또한 ‘문자도’에는 일종의 지적허영이 도사리고 있다고 봤다. 양반은 물론 양반신분을 돈으로 산 피지배층 사람들의 집안에 펼쳐진 문자도는 자신을 과시하고 드러내려는 욕망과 권력의지가 숨어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문자도’에는 급제를 위한 기도나 주술적인 힘이 작동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 런지는 모르지만 대량 생산을 위해 제작된 판화로 제작된 문자도는 회화로 제작된 문자도보다 더 정교함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문자도 판화

이번에 고판화박물관에서 공개되는 한국의 작품들은 조선시대 판목으로 먹 선을 만들어 찍은 후에 붓으로 아름다운 색을 간단하게 툭툭 올린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거나, 강렬한 검은 먹으로만 이루어진 흑백 목판화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주로 유교의 이념을 주제로 하는 효제도가 주축이며, 제작시기가 18세기 후반에 궁중이나 관에서 만든 문자도 판화를 비롯하여, 신흥사에 만든 판목으로 찍어낸 작품과 민간에서 만든 판목, 석판화로 밑그림을 찍은 후에 색깔을 입힌 효제 문자도 석판화 작품이 소개된다.

 

 

한국, 신흥사병풍 소.jpg
문자도병풍

 

문자도 의(석판화, 신흥사, 조정, 채색).jpg
문자도 의(석판화, 신흥사, 조정, 채색)

 


중국 문자도 판화

중국의 작품으로는 특히 소주(강소성) 도화오에서 제작된 수자 목판화 문자도를 비롯하여, 근대에 복원된 소주 수복 대형 다색 목판화가 선보일 예정이며, 화조와 글자를 조합하여 조상과 부모와의 관계를 경계하는 대련 판목과 화조와 글자가 조합된 다양한 흑백 문자도 판화도 소개되어 중국 문자도의 다양성을 눈여겨 볼만 하다. 글자로 노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노래난판목은 공산당 모자를 쓰고 있어, 공산당에서도 판화가 주요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백가지 복자와 백가지 수자를 모아 백복, 백수도가 지방마다 다양하게 만들어진 작품들이 다수 소개되고 있으며, 복수도 작품은 글자의 내용까지 표현되어 있어 특히 눈에 띠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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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주다색판화

 

 

늙어 감의 어려움을 경계하는 글로 노인의 모습을 표현, 중국 공산당 시기.jpg
늙어 감의 어려움을 경계하는 글로 노인의 모습을 표현, 중국 공산당 시기

 

 


일본 문자도 판화

일본에서는 판화 문자도의 특징은 불교 판화 문자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나무아미타불 6자속에 무량수경의 내용을 삽화로 넣어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품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한 관장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일본의 복신인 에비스를 작은 글자를 연결하여 표현한 판목 두 장은 에도시대의 일본 판각술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며, 특히 이번에 박물관이 발굴된 채색 나무아미타불 문자도 또한 연대와 작품성에서 뛰어난 희귀한 판본으로 한 관장이 옥션에서 많은 경쟁을 거쳐 소장한 유물이라 한다. 더불어 일본에서는 19C 말부터 동판화를 활용한 판화가 많이 제작되었는데 동판화는 목판화에 비해 정교한 판각이 가능하여 동판화에 새겨진 글자 부동명왕은 섬세함이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일본의 판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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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문자도의 극치, 부동명왕 동판화, 에도 19C, 부동명왕상을 경전의 글자로 디자인 (우측, 세부)

 

 


베트남 문자도 판화

한자문화권인 베트남에서는 중국의 년화의 영향을 받아 집집마다 년초에 판화를 사서 붙이는 풍습이 지금도 남아 있으며, 주로 동호, 향총 판화가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 제작방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로 테두리를 찍은 후 색깔을 입히는 가채 판화 방식이며,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에게 문자도 판화가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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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문자도

 

 


최초 공개되는 문자도 판목과 문병

전시에 앞서 25일 인사동에 가진 간담회에서 한선학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될 판화(판목)4점을 미리 공개하였다. 먼저 양면 효제도 판목으로 원래는 양면에 새겨진 효제도이지만 소장자가 양면을 함께 보기 편하게 톱으로 잘라 두 장으로 만든 것이라면서 판화로는 가회박물관에서 현존하여 알려져 있었으나, 판목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희소한 유물이다. 올해 인사동에서 이 판목을 구입한 한 관장은 작년에 구입 후 공개한 복수도 문자도 판목과 함께 소장하게 되어 30여년 고판화 수집 역사 중에서도 보기 드문 행운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희소한 가치가 있는 유물이라 밝혔다.

 

효제도 문자도목판(효의孝義, 치충恥忠), 조선 19C, 그 동안 목판화는 가회박물관에 현존하였으나 그 목판 원판이 발견됨.jpg
효제도 문자도목판(효의孝義, 치충恥忠), 조선 19C, 그 동안 목판화는 가회박물관에 현존하였으나 그 목판 원판이 발견됨

 

 


이어 구룡의 글씨가 조형화 되어 새겨진 판화 문병은 판화기법이 한국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추정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나무아미타불 문자도 채색판화도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유물이다.

 

 

일본 문자도나무아미타불, 채색문자도, 에도 18C, 일본 문자도중 나무아미타불 6자 안에 무량수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담아 예배와 교화의 방편으로 사용하였다..jpg
일본 문자도나무아미타불, 채색문자도, 에도 18C, 일본 문자도중 나무아미타불 6자 안에 무량수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담아 예배와 교화의 방편으로 사용하였다.

 

 


최근 간송문화재단이 보물소장품 두 점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이는 82년 간송미술관 역사에서 처음이었다. 이유는 물론 재정난이다. 간송의 더 많은 소장품을 지키기 위해 보물을 내어놓는 것은 비단 간송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모 수집가도 40여 년간 수집한 것을 내어놓았다고 밝혀 본인이 더 안타까워했다.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 또한, 30여년을 고판화 수집에 모든 것을 바쳤다. 30여년의 발품으로 6,000여점의 동아시아 고판화 유물을 수집하였으며, 박물관 개관 후, 17년 동안 국내외를 오가면서 40여 차례 고판화 특별전이 열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이 소개되면서 그 이름을 알려왔다. 이는 국내외에 있던 우리 문화재 수집의 의미를 넘어 세계 각국의 판화를 한자리에 모아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관장은 지금까지 박물관을 유지하며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우리 박물관이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인쇄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 수집된 유물이란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정부의 협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고판화박물관은 없었을 것이다. 9년 전부터 문화재청 지역 문화재 활용사업인 생생문화재사업 공모에 연속 선정되면서, 문화재청과 강원도 원주시의 후원에 힘입어 이루어진 것이 크다.”며 고판화 애호가들과 시민, 정부와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고판화박물관 개관 17주년을 맞이하여 판화로 보는 동 아시아 문자도의 세계특별전은 올해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생생문화재사업으로 열리는 특별전으로 문화재청, 강원도와 원주시의 후원으로 오는 530일부터 731일까지 고판화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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