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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국립민속박물관의 상설전시관 1관은 《한민족 생활사》을 주제로 선보이다가 지난 2018년 12월, 《한국인의 하루》로 새롭게 개편되었다.
기존 《한민족 생활사》 전시관은 1993년 2월 개관 이후 2007년에 리모델링을 통해 전면 개편되어 5000년에 걸친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공간으로 꾸며졌었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 긴 시간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민속(民俗)’의 정체성에 부합한 주제를 찾기 위해 학계의 연구 동향과 사회의 흐름을 살펴 ‘민(民)’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일상을 전시로 담아내는《한국인의 하루》라는 주제로 새롭게 개편되었다.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선조들의 소소한 하루 일상
군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 치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의관衣冠을 가지런히 하고 태도를 존엄하 게 하기 위함이다.
-『사소절士小節』,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인시寅時에 일어나 촛불을 켜고 침구를 정돈한다(寅時乃興).
세수하고 머리를 빗고 의관을 정제한다(盥櫛衣冠).
부모의 처소에 가서 아침 인사를 한다(適父母之所晨).
사당에 가서 배알한다(詣祠堂晨謁).
가솔들을 불러 하루의 사무를 정리하여 고지한다(招家衆整理事務).
서실에 나아가 단정히 앉아 독서한다(就書室 靜坐讀書).
- 『일용지결日用指訣』중「매상昧爽」, 윤최식尹最植, 생몰연대 미상
1관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 동안에 집에서부터 거리와 마을, 들판에서 만나는 선비와 농부, 장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하루 동안에 겪는 의식주, 생업, 신앙, 놀이와 같은 소소한 일상을 유물과 영상, 체험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이른 새벽 세수로 잠을 깨며 몸가짐을 고르고 자기 수양을 하면서 손님을 맞는 선비, 마을을 시찰하며 사람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관리,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냇물에 빨래하는 여인, 농사일에 힘쓰는 농부와 공방에서 생활용품을 만드는 장인,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들, 물가에서 고기 잡는 사람, 저녁상을 준비하는 아낙 등 집과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하루를 열고 마무리하는, 낯설지 않은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근현대의 하루’를 소개하고 있다. 자명종, 재봉틀, 라디오 등 전통 사회와 대비되는 생활용품을 통해 한국인의 삶의 변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하루’가 지닌 변하지 않는 일상의 가치를 찾도록 여운을 남긴다.
새롭게 개편하면서 영상과 체험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마을 주변을 흐르는 냇물과 빨래터, 겨울 호수와 얼음낚시 풍경 등 선조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마을을 방문해 마치 그들의 일상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더불어, ‘밤의 공간’에서 만나는 인터랙티브 영상을 통해 꿈 해몽 내용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의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속 별자리들의 환상적인 모습을 첨단 기술로 완성하였으며, 국수틀에서 국수를 뽑아 겨울 별미인 냉면을 만드는 증강 현실(AR) 체험을 할 수 있다.
‘철따라 변하는 하루’, 상설전시관의 새로운 실험
무엇보다 1관은 전시품과 내용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계절의 변화에 따르는 한국인의 순환적인 일상을 지속적으로 반영, 새로운 공간 연출을 통해 ‘상설전시는 늘 같은 내용이므로 한 번만 보면 되는 전시’라는 기존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박물관을 다시 찾게 만들고, 한국인의 변화무쌍한 일상생활을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다.
1관에는 조선 후기 선조들의 하루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의관정제衣冠整齊도구와 ‘하피첩(霞帔帖, 보물 제1683-2호)’,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 보물 제1318호)’, ‘장영직,1861~1944유품(국가민속문화재 제241호)’ 등의 국가지정문화재와 ‘나전 포도문 관복함’ 등 국립민속박물관의 대표 소장품 3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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