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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사진이란 어디에 없는 세상의 풍경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세상을 담아낸다. 하지만 그 사진을 담아내는 작가의 철학에 따라 우리는 다른 세상의 풍경을 마주하는 듯하다. 그리고 작가의 색감과 철학으로 담아낸 풍경은 또 다른 이미지로 뇌리에 각인되곤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건축물을 기록하고 있는 건축 사진가 김용관이 건축 사진을 찍어온 지 30년 만에 첫 개인전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디자인랩 1층 디자인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건축 사진가 김용관은 1990년 건축잡지 <건축과 환경> 재직 당시 처음 건축 사진을 찍기 시작해 국내에 가장 오래된 건축 전문지 <공간>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했다. 1999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건축가협회(AIA)의 건축 사진가상을 받았으며 현업 건축 사진가 최초로 건축 사진 1만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현재는 2014년 창간한 건축 매거진 <다큐멘텀>을 창간해 건축 과정을 이미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30년 동안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카메라에 담아 대중에 알려온 그의 이번 전시 타이틀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 전은 건축물을 하나의 독립적인 오브제나 사물이 아닌 자연과 도시 속에서 주변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생동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작가의 사진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건축 사진은 역사성, 문화성, 예술성을 지닌 건축물을 사람들이 인식하고 의미를 형성하는데 깊숙이 개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작가는 거의 대부분 누군가의 의뢰를 통해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전제 조건은 가이드라인이 주어지는 일은 거절한다는 점이다. 보통은 건축가와 함께 건물을 둘러보면서 나오는 이야기와 의도를 캐치하는 것과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상황을 통해 작업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는 건축물의 예술성만을 강조해서 담아내는 것이 아닌 풍경의 일부로 해석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이타미 준의 수, 풍, 석 미술관 사진이다. 온통 눈에 뒤덮인 곳에 덩그러니 서있는 석, 풍미술관과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에 파묻혀 간신히 지붕만 보이는 수미술관은 건물에도 표정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용관은 작가는 “내가 찍는 사진은 나의 직업이자 나의 삶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건물을 디자인하는 건축가들의 고민과 시간을 담아낸 함축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온전히 나의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건축물은 주변의 수많은 관계를 통해 탄생하듯 나의 작업도 관계에서 출발한다. 관계야말로 건축이 가진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것을 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건축물을 풍경의 일부로 해석하는 만큼 색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타나는 일몰 전후 “석경에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작가가 촬영한 수천만 장의 건축 사진 중 장소의 현상학적 풍경이 두드러진 40여 점을 골라 이번 전시에 선보이며, 전시를 풍성하게 해줄 ‘작가와의 대화’와 ‘포럼’도 준비됐다. 작가와의 대화는 5월~7월 중 월별 두 번씩 전시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포럼은 6월 15일(목) 오후 4시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에서 열린다. 참여 방법은 DDP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또는 현장 신청하면 된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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