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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평면의 캔버스는 그의 자유로움 표현하기에 부족하였을까... 그가 빚어낸 도자기는 형태는 자유롭지만 그 도자기에 그려낸 그림의 소재도 인물, 동물, 물고기, 신화 평소 그가 캔버스에 그려낸 주제를 담아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누가 봐도 피카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카소는 회에서와는 달리 도자 작품에는 해학이 넘쳐 보인다. 피카소는 도예 작업을 통해 해방감을 느꼈으며 흙을 만지면서 느낀 창작의 자유가 유희적 도예의 근간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도자 작품은 유희적 도예로 분류하고 있다. 피카소는 일상의 기물을 예술로 전환하는 도예 작업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노년에도 불구 그 어느 때 보다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9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가 2021년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가운데 피카소 도예 112점 가운데 보존처리 문제로 5점이 제외된 107점을 공개하는 전시 《피카소 도예》를 열었다. 이건희컬렉션 가운데 피카소 도예 작품의 대규모 공개는 2021년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통해 피카소의 도자 90점이 공개된 이후 두 번째이다.
입체주의의 선구자이며 현대미술의 천재 화가로 불리는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 도예, 무대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은 열정적인 예술가였다. 특히 도예는 화가로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말년의 시기에 시도한 새로운 도전으로, 흙과 불의 특성에 매료되어 수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피카소가 처음 도자를 접하게 된 계기는 1906년 스페인 출신 도예가 파코 프란시스코 두리오(Paco Francisco Durrio, 1868-1940)를 만나면서다. 또한 그가 소개한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도예 작품을 보고 도자의 매력을 발견하였다. 1929년에는 도예가 장 반 동겐(Jean Van Dongen, 1883-1970)과의 협업으로 화병을 제작하는 등 도예에 대한 호기심을 이어갔다. 그리고 1946년 휴가차 머문 지중해 연안의 도시 발로리스 마두라 공방을 방문하게 되면서 도예와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다.
피카소는 마두라 공방에서 도예의 본질적인 요소들을 성실하게 배워나갔다. 화장토, 산화물, 유약 등의 도자 재료와 불과 흙의 특성 및 번조의 과정을 익혔으며, 공방에서 규칙적으로 생산되는 접시, 그릇, 화병 등에 대해 연구하며 도자의 매력에 깊이 빠졌다.
초기에는 도자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접시 위에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으나 점차 도자의 모양을 변형하면서 피카소만의 조형적 특성을 형성하며, 도예에서 회화와 조각, 판화의 요소를 두루 발견할 수 있는 점은 피카소 도예의 묘미이다.
특히 피카소는 평소 즐겨 다루었던 주제를 도예에 자유롭게 응용했다. 여인과 동물, 신화와 투우, 사람들과 얼굴 등 각각의 주제를 반복적으로 표현하거나 주제의 상충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을 즐겼다.
그 가운데에서도 인물은 피카소에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주제로 가장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었다. 이번 전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도 31점의 작품이 얼굴을 주제로 한 것이다. 피카소는 얼굴의 정면과 측면을 음각과 양각 기법, 나이프 각인 등으로 장식하거나, 백토와 적토의 접시와 화병에 단순하고 재치있게 묘사하며 재료와 기법에 따라 무한하게 주제를 확장했다.
1955년부터는 판화와 같이 원본을 기초로 여러점의 작품을 제작하는 에디션의 개념을 도입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07점은 모두 에디션 작품으로, 피카소가 사용한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원본을 복제한 에디션 피카소(edition picasso), 작품 원판을 석고틀로 제작하고 점토로 찍어내는 엉프렁트 오리지널(empriente originale), 리놀륨 판화에 새겨 만든 도장을 점토 위에 눌러 제작한 뿌앙송 오리지널 드 피카소(poinçon original de picasso) 등의 방식으로 에디션을 표기했다.
이런 에디션 제작은 도예의 대중성과 범용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랬던 피카소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작업이었다.
이번 전시는 여인, 신화, 얼굴, 투우 등의 주제별로 구성되었으며, 1946년부터 프랑스 남부 도시 발로리스 등에서 꽃피운 피카소의 폭넓은 작품세계를 따라가는 여정을 담아내었다. 또한, 전시 공간은 지난 전시와는 달리 도자 뒷면의 에디션 기록을 관람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되었다. 이 외에도 당시 마두라 공방의 모습과 작업 환경을 담은 사진 등 아카이브 56점과 영화 1편(루치아노 엠메르, 피카소를 만나다, 2000)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는 2024년 1월 9일(화)까지 진행되며, 누리집(mmca.go.kr)을 통한 예약제로 운영된다.
한편, 청주관 외벽과 로비에는 MMCA 청주프로젝트로 ‘미래의 가상 도시’ 담아낸 안성석 작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안성석: 모두의 안녕을 위해》이 진행되고 있으며, 청주관 2층에 위치한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9월 5일(화)부터는 《보이는 수장고: MMCA 이건희컬렉션 3》를 개최한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하여 1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2부 박생광의 <무속> 등에 이어 3부에서는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과 변관식의 <무창춘색>(1955)을 선보인다. 서양화가 1세대인 백남순의 광복 이전 화풍을 살펴볼 수 있는 <낙원>과 산수화가 변관식의 독자적 표현기법을 확인할 수 있는 <무창춘색>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를 잇는 새로운 잇는 새로운 회화와 이상향의 모습을 담고 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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