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의 대규모 개인전, 작가와 미술관은 불협화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김구림》전
기사입력 2023.09.10 14:21 조회수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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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 01.jpg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에서 김구림과 음과 양 91-L 13, 1991, 캔버스 위에 아크릴, 낚싯대, 양동이, 213 x 335 cm. 개인 소장.

 

 

 

[서울문화인] 문체부외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런 곳인 줄 몰랐다.” 노 화가는 자신의 대규모 개인전에 앞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불편한 마음부터 들어내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께 미안하지만 이번 전시에는 아방가르드적인 작품은 하나도 없다. 고리타분한 것만 늘어놨다. 새롭고 파격적인 작품을 보여주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그러면서 작가라고 어디서 얼굴을 내밀 수 없는 부끄러움이 있다.”고 두 기관에 불편한 속내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825()부터 서울관에서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김구림(b. 1936)의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주면서 작가로부터 왜 이런 반응을 받게 되었을까.

 

김구림은 1950년대부터 다양한 매체, 장르, 주제를 넘나들며 예술의 최전선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이라 인식되고 있다. 그는 비디오아트, 설치, 판화, 퍼포먼스, 회화 등 미술의 범주에서뿐만 아니라 무용, 연극,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의 개인전에 앞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유는 작가는 1970년작 현상에서 흔적으로을 다시 재현하고자 미술관 외벽을 흰 광목천으로 싸고 싶다는 뜻을 미술관 측에 전했지만 그의 뜻이 거절되면서 시작되었다.

 

현상에서 흔적으로작업은 그의 나이 33, 그의 전시가 열린 1970년에 경복궁 국립미술관에서 미술관 건물을 흰 광목천으로 감싸는 형태다. 기성 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관, 기득권, 낡은 제도에 대한 비판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낡은 관념과 제도를 마치 시신을 염하듯 천으로 묶어 날려버리고 새로운 지점을 향해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날 전시를 담당한 국립현대미술관 류지연 과장(학예연구실 현대미술1)국립현대미술관이 등록문화재 375호이기 때문에 외벽을 천으로 감싸는 경우 문화재청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 전시가 안되는게 아니라 전시 시한에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라 작가께 양해를 부탁드렸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김구림 작가는 건물에 손상이 오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안되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현대미술관에서도 안된다고 하고, 문체부에서 해답을 안해준다.”라며 이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을 말살시키는 것 밖에 안된다.”고 직격했다.

 

사실 전시를 어떻게 진행할는지에 대한 권한은 미술관 담당 학예사에게 있다. 그럼에도 김구림은 왜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였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들어내었을까. 아마도 노 화가에게 이런 퍼포먼스는 마지막일지 모른다. 더군다는 9월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최대 미술사장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이이 진행되어 해외에서도 수많이 컬렉터들이 방문한다. 이때 그에게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일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사실 김구림의 작품은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에는 늘 소개되어왔지만 대부분 과거의 퍼포먼스 작품이 사진 혹은 영상으로 소개되거나 설치작품이 소개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의 작품을 기억하기에는 쉽지가 않다.

 

김구림의 70여 년에 걸친 예술세계를 총망라한 전시로 서울관 6, 7전시실에 그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하는 230여 점의 작품과 6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이는 전시로 무엇보다 그동안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김구림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먼저 6전시실에서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품어온 현전과 현상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초반 비닐, , 천 등을 이용해 제작한 추상 회화, 1960년대 말 회화 68’의 구성원으로 옵아트를 접하며 제작한 일렉트릭 아트, ‘AG’활동기에 선보인 얼음을 주재료로 사용한 <현상에서 흔적으로>(1970), 한국 실험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 <1/24초의 의미>(1969), 1970년대 초반 일본에서 머물며 제작한 설치작 등이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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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김구림, 걸레, 1974, 식탁보에 실크스크린, 74 x 120 x 70. 작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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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험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 <1/24초의 의미>(1969) 등 영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7전시실에서는 김구림이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자연에 집중하면서 제작한 작품들로 시작한다. 이 시기 작가는 나뭇가지 등을 화면에 부착해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탐구하고, 1990년대 접어들면서는 여러 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제작한 콜라주 기법의 <음과 양> 평면 작업, 2000년대 중반 이후 물질문명의 부산물을 이용해 제작한 <음과 양> 오브제까지 두루 만나볼 수 있다. 7전시실에서는 주변 환경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회화, 판화, 오브제, 설치 등을 넘나들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자유분방함과 새로운 방법론을 끝없이 발굴하는 작가의 왕성한 호기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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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양 오브제들

 

  

더불어 현재 그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신작 2점이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하고 있다. 첫 번째 작품 <음과 양: 자동차> 설치에서 작가는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재해를 비판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두 번째 작품 <음과 양> 설치는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역사의 순간들이 반복 송출되는 비디오 조각 작품이다. 김구림은 언뜻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시간, 지역, 사건 등의 요소들을 충돌, 증폭시키는 가운데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신작 1.jpg
음과 양: 자동차 /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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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양 / 설치

 

 

  

여전히 대중들은 현대미술 가운데에서도 실험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호불호가 가장 심한 장르라 할 수 있다. 노 화백이 보여주려던 것과 미술관이 우리나라 현대사적으로 노 화백의 어떤 면을 조명하려고 했는지는 이번 전시에 대한 평가는 역시 대중의 몫이 아닌가 싶다. 노 화백의 70년 동안 세상을 바라본 시각과 그리고 대중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말이다.

 

전시는 2024212()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된다. [권수진 기자]

 

 

 

 

[권수진 기자 ksj93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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