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Anish Kapoor》

분출과 흡수,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만들어내는 아니쉬 카푸어 극단적 예술세계
기사입력 2023.09.11 10:14 조회수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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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검은색과 붉은색을 뒤집어쓴 커다란 바위가 건물의 외벽을 뚫고 박혀있다. 그리고 거기서 떨어져 나올 것 같은 파편을 그물망으로 씌어놓은 것 같다. 또 다른 공간에는 피가 튀고, 내장이 튀어나온 어느 끔찍한 사고현장을 입체적으로 박제해 놓은 같다.

 

이 기괴한 형태의 작품은 1954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런던과 베니스에 거주 및 활동하고 있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이다.

 

핵심은 무엇이 물질적이며 무엇이 그 물질을 초월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모든 작가가 하는 일의 본질이자 미술의 주요한 방법론적 지향점이다.” 아니쉬 카푸어

 

국제갤러리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아니쉬 카푸어의 개인전을 K1, K2, K3 전 공간에 걸쳐 조각, 페인팅, 드로잉을 망라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 측에서는 먼저 갤러리 가장 안쪽에 위치한 K3로 안내했다. K3에는 네 점의 거대한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작품을 평가하기에 앞서 지구 반대편인 런던에서 이 작품이 어떻게 옮겨왔을까 하는 쓸 때 없는 걱정마저 들게 하는 이 작품은 카푸어를 대표하는 색채인 진한 빨강과 검정을 입은 그림자(Shadow)섭취(Ingest)라는 제목의 조각 작품은 지질학적 조직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해부학적 내장의 모양새에 기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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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각기 다른 성격의 건축 공간을 활용, 작품들 간의 새로운 대화의 제안이자 신체에 대한 집중력의 피력이다. 이는 카푸어의 작업 전반에 걸쳐 강조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생()의 숭고한 격렬함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K2에서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폭발적으로 표현주의적인 작가의 회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캔버스 위에 흩뿌려지거나 진이겨진 듯한 검은색과 붉은색이 가득한 입체 작품은 마치 유혈이 낭자한 내장을 연상시킨다. 이 회화 작품은 유화, 섬유유리 및 실리콘으로 제작돼 날것의 상태를 구현한 이 작품도 역시 신체의 다공성 경계에 대한 작가의 지속되는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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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ue〉, 2017, Silicone, paint on canvas, 244 x 183 x 11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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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between〉, 2021, Oil, fibreglass and silicone on canvas, 244 x 305 x 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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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주제는 K1 바깥쪽 전시 공간에 설치된 과슈 작품을 통해 다소 절제된 방식으로 고찰된다. 회화에 비해 작은 크기로 제작되는 이 종이 작품들은 캔버스 위에서와 마찬가지의 시각적 혼돈 안에 문 내지는 창문을 암시하는 어떤 공()의 영역을 묘사한다. 창에 대한 기하학적 환영은 작가가 조각 및 회화 작업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장치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작품 안에 투영시켜 자신이 놓인 환경과 대면하는 신체의 불안정성을 인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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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작품은 관객을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다면 K1의 안쪽 전시장에 놓인 검정 작품들은 블랙홀처럼 관객을 끌어들인다. 작품을 정면에서 응시하면 평면의 원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발길을 옮겨 보면 검은색 점에서 무언가가 솟아나거나 아닌 평면이 아닌 반구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 마치 마법에 홀린 것 같다.

 

카푸어의 검은색이라는 이 특수한 안료는 빛을 99.9%을 흡수한다는 한다고 알려졌다. 이 안료가 개발되었을 때 카푸어는 이 안료에 대한 권리를 사들여 이 특수 안료에 대한 독점적 사용권을 가졌다고 한다. 멀리서 기존과 너무나 대비되는 이 작품을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이것이 작품일까 싶었다. 그러다 막상 이 검은색 작품을 들여다보고는 그가 왜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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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과학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검정으로 염색된 이 작품들은 아주 단순하고 원초적이지만 어쩌면 앞서 마주한 거칠고 괴기스런 작품들보다 더 잔혹하게 시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카푸어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한동안 그의 작품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 것 같다. 전시는 1022()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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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한옥에서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

더불어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서는 양혜규 자각의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는 휴면 상태에 있는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로 공간의 상태를 적극 반영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제갤러리] 한옥 양혜규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02.jpg

 


작가는 제목의 동면이 주는 느낌을 전시 연출의 주된 방법론으로 채택,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객을 가장 먼저 자극하는 것은 여러 한약재 냄새와 전기 양초들이 한옥의 어느 구석에는 조각이 방치된 듯 바닥에 늘어져 있다. 또 다른 구석에는 저장용 항아리나 가마니처럼 조각 작업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비교적 협소한 한옥 공간 내부에 높은 밀도로 전시된 작품들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제작 시기도 모두 상이하지만 이들 작품에는 마치 무속인의 다양한 무구들을 연상케 한다. 이 전시는 108()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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