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반평생 만들어온 매듭 작품, 박물관에 기증한 매듭공예가 이부자

국립민속박물관, 이부자 기증 특별전 《매듭》
기사입력 2023.09.11 00:00 조회수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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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한 올부터 직접 염색을 하고 그 실로 끈을 엮고, 맺고 조이며 힘들게 만든 것이라 가족들에게도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서울문화인] 여든에 접어든 매듭공예가 이부자(1944) 선생님이 반평생 고된 노동으로 완성하여 하나하나 자식과 같은 매듭 작품 144점을 지난 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였다.

 

매듭공예는 단순 매듭을 맺고, 그것을 길게 늘어뜨리는 을 만들어 연결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매듭실을 용도에 따라 염색하고 때로는 매듭에 들어가는 자수까지 직접해야하는 아주 힘든 과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매듭의 역사는 고구려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고, 특히 어떤 대상에 연결되어 주인공의 품격을 높이는 빛나는 조연으로서 생활용품에서부터 노리개 같은 장신구, 상여의 유소 장식 등 의례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매듭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매듭장다회장(매듭의 재료인 끈목을 만드는 장인)’은 주로 남성이었다고한다.

 

그러나 20세기 초부터 다회와 매듭은 서양의 복식이 유입되고 정착됨에 따라 제작과 수요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1970~80년대에는 여성들의 규방공예가 유행하면서 매듭이 다시 부흥, 수많은 매듭 강좌가 개설되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으로 동양 매듭이 유행하며 매듭 벽걸이 장식 등이 남대문시장,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많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부자 선생님이 전통매듭의 매력에 빠진 것 것처럼 현대에도 많은 매듭 공예가가 활동하고 있고 매듭 동호회도 늘어났고 매듭전문매장 등도 여전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매듭 모양이 종류는 약 30사지 정도로,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종류가 약간 다르며 명칭도 다르다고 한다. 그 이름도 기능적으로는 도래매듭’, ‘삼발창매듭등이 있고, 동이나 식물의 모양과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장식적 매듭으로는 생쪽매듭’, ‘국화매듭’, ‘잠자리매듭’, ‘나비매듭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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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공예가 이부자

 

 

좋은 매듭은 구성이 예쁘게 되고 모든 게 맞아야 하지, 색상도 그렇고, 노리개 같으면 한복에 어울리게 나와야지 그러니까 모든 톤이 맞아야 해

 

기증자 이부자가 매듭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이었다. 인생의 중반부인 1980년대 초, 우연히 신문에서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매듭장 김희진(1934~2021)의 매듭 강의 소식을 본 이부자는 호기심에 이를 찾아갔고 매력을 느껴 그날로 매듭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김희진의 한국매듭연구회에 들어가 매듭을 배우고, 스승 김희진의 작업을 도왔다. 여러 차례 작품 전시회에 출품하고, 전승공예대전에 작품을 출품하여 총 7번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에는 개인전도 개최하였다. 이부자는 깐깐하다 싶을 만큼 꼼꼼한 스승에게 매듭을 배웠기에 그의 솜씨도 다져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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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전만해도 매듭이라는 걸 몰랐어, 그러다가 선생님이 인간문화재라니까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등록했어, 정말 행운이었지그러면서 솔직히 말해서 우리 선생님은 깐깐하셨어요, 그런 스승이니까 제자가 그 밑에서 보통으로 넘어가서는 안 돼, 그러니까 내 솜씨가 다져진 거예요

 

 

깐깐한 선생님 못지않게 깐깐한 제자는 매듭뿐만 아니라 수를 놓고 바느질도 하며,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현대적으로 응용한 것까지 다양한 작품을 손으로 빚어내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기증받은 이부자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노리개이며, 모시발 발걸이 유소(길게 늘어뜨리는 형태의 장식물), 주머니, 선추, 목걸이, 묵주, 인로왕번(불교 의례용 깃발), 보자기 등 다양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현대적으로 응용한 것까지 이부자가 손으로 빚어낸 시간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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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하던 날, 섭섭해 눈물이 흘렀지만이제는 마음 편안

20232월에서 3, 세 차례에 걸쳐 기증자의 작품들을 박물관으로 모두 옮겨졌다. 본인의 반평생을 바친 작품들이 모두 나간 날, 기증자는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함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작품들이 박물관에 보관되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박물관에서 내 매듭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을 보고 혹시 내 매듭 가운데 어떤 것을 가져가려고 살펴보는 것이 아닌가. 해서 당시는 조금 섭섭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매듭공예가 이부자가 기증을 결심한 것은 기증 경험이 있는 천연염색 연구가 이병찬의 권유 덕분이었다. 이병찬은 국립민속박물관에 천연 염색과 관련된 자료 221점을 기증하여, 2013년에 기증 특별전 자연을 물들이다를 개최한 바 있다. 귀중한 기증의 경험이 또 다른 귀중한 기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이부자 선생님의 기증 매듭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오는 116()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이부자 기증 특별전매듭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매듭공예가 이부자 선생님이 2023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매듭 작품을 비롯하여 160여 점의 자료로 전통 매듭의 세계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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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물관은 우리 전통 매듭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현대인들에게 전달하고자 관람객이 다회를 짤 때 나는 달그락 달그락소리를 감상해 보고, 직접 다회틀에서 끈을 짜보는 체험도 할 수 있게 진행하며, 매화·국화·잠자리 등 자연물의 형태를 본떠 만드는 매듭의 이름을 맞춰보는 게임 등도 진행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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