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움미술관,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기사입력 2023.09.20 00:00 조회수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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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산 Mountain 시리즈

 

 

 

[서울문화인] 회화란 눈에 보이는 사각형과 보이지 않는 사각 공간을 인지하고,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를 고민하는 작업이다.”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 리움미술관이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이후 M2 전시장과 로비를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 강서경 작가의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강서경(b. 1977)은 평면,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액티베이션)를 아우르는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해 온 작가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전통 회화, 음악, 무용, 건축 등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연구를 보여주면서도, 이러한 전통을 동시대 예술 언어와 사회문화적 문맥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며 매체, 형식, 시대의 구분을 뛰어넘는 조형적, 개념적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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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작가

 

 

 

강서경 작가는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Mudam Luxembourg, 2019),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Philadelphia, 2018)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베니스 비엔날레(2019), 리버풀 비엔날레(2018), 광주비엔날레 (2018, 2016) 등에 참여하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또한 2013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2018년 아트바젤 발루아즈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번 그의 전시는 코로나 이전에 기획되었으나 작가의 갑작스런 암투병으로 최근에야 전시를 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지난 카텔란 개인전처럼 미술관에 작품을 빼곡히 채워 리움미술관은 마치 이런식으로 전시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초기 대표작에서 발전된 작업부터 새롭게 확장된 신작에 이르기까지 총 130여 점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강서경은 더 많은 작품으로 채우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투명중에도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_Lobby [사진제공=홍철기, 강서경 스튜디오, 리움미술관].jpg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_Lobby [사진제공=홍철기, 강서경 스튜디오, 리움미술관]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Suki Seokyeong Kang: Willow Drum Oriole

강서경은 그리는 행위의 기본틀인 사각 형태의 프레임을 전통에서 발견한 개념 및 미학과 연계하여 회화라는 매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확장하는 기제로 활용, 그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관계를 통해 진정한 풍경(眞景)’을 늘 고민해왔다.

 

이번 전시 제목이자 신작 영상의 제목인 <버들 북 꾀꼬리>는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버들은>을 참조한 것으로, 마치 실을 짜듯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풍경의 직조로 읽어내던 선인들의 비유에 가져왔다고 한다.


 

버들 북 꾀꼬리, 2021-2023, 15분 20초, 3채널 비디오, 컬러, 소리 [사진제공=강서경 스튜디오].jpg
버들 북 꾀꼬리, 2021-2023, 15분 20초, 3채널 비디오, 컬러, 소리 [사진제공=강서경 스튜디오]

 

  

이는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사계를 담은 산, 바닥과 벽으로 펼쳐지는 낮과 밤, 공중에 매달린 커다란 귀, 작지만 풍성한 초원 등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3차원으로 펼쳐낸 신작들을 통해 잘 들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가 시각·촉각·청각 등의 다양한 감각과 시·공간적 차원의 경험을 아우르는 작업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 변화하는 자연의 요소와 그 속에서 함께 자리하고 관계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녹여내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거대하지만 섬세한 풍경을 제시하고 있다

 

관람객은 마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 사이사이 존재하는 여백의 공간을 직접 거닐어 보며 각자의 움직임과 서사를 마주하게 한다.

 

먼저 로비의 대형 미디어월에서 펼쳐지는 신작 영상 <버들 북 꾀꼬리>는 전시 공간에 펼쳐진 작업들을 스크린 속으로 가져와 움직임과 소리를 더하고, 이를 긴장과 자유가 균형점을 찾아가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이 작품은 검은 사각의 시공간 속에서 중력과 원근을 무시한 채 나타나고 가로지르고 만나고 헤어지는 다양한 요소와 사운드는 우리의 공감각을 자극하고, 신체와 사물과 풍경을 대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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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산 시리즈

 

 

진경산수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온 강서경이 다양한 색채의 물질과 여백이 만들어 내는 조화로 산세를 드러내는 <> 연작을 새롭게 선보인다. 긴 벽을 가득 채운 얇은 부조 형태의 조각들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공간 속에 펼쳐놓은 듯 표현되었으며, 첩첩이 들어 선 산들의 능선 아래로 늘어진 다양한 금속체인과 실은 비에 젖은 암석이나 빼곡한 숲을 연상시킨다. 또한, 벽면의 여백과 어우러진 하늘하늘하고 반투명한 비단천들은 서운과 안개를 머금은 산의 기류를 담아내는 듯 합니다.

 

작가는 <> 연작을 통해 근경과 원경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흐려 풍경의 산세를 도식화하면서도 다양한 색과 재료의 변주를 통해 생동하는 자연의 숨을 불어넣었다. 빛과 바람과 사람들의 움직임에 미세하게 반응하며 일렁이는 풍경은 전통이라는 과거를 현재의 시점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정井 버들 #22-01, 2020-2022, 가변 크기 [사진제공=김상태, 강서경 스튜디오].jpg
정井 버들 #22-01, 2020-2022, 가변 크기 [사진제공=김상태, 강서경 스튜디오]

 

 

이어 그의 초기작 <>은 조선시대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우물 정()’자 모양의 사각틀에서 착안한 것으로, 음의 길이와 높이를 표기해 넣은 정간을 소리와 움직임, 시간과 서사를 담아내는 개념적 틀로 차용하고 재해석한 연작이다. 캔버스 프레임, 창틀의 형상과도 유사한 <>연작은 회화를 시공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게 하는 조형적 단위체가 될 뿐 아니라, 관람객의 시선을 격자틀 내외부로 집중시키거나 전시 구획의 보이지 않는 시스템으로도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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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검은 자리 Mat Black Mat

 

 

<자리> 연작은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에서 춤을 추는 공간의 경계를 규정하는 화문석에서 착안되었다. 작가는 한 개인에게 무대가 되기도 하고 경계선이 되기도 하는 화문석을 자리라는 공간 개념으로 치환하여 사회 속 개인의 영역을 고찰하고, 회화 매체를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하는 조형적 기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채로운 형식과 크기의 <자리 검은 자리>, <자리> 등이 선보인다.

 

특히 강서경의 회화작업을 가리키는 모라(Mora)’는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로, 작가의 작업에서는 시간을 담고 서사를 쌓아 올리는 단위이자 작품을 지칭한다. 그는 전통 한국화의 방식대로 장지나 비단을 수평으로 펼친 채 그림을 그리는데, 농담을 달리하는 먹과 색을 겹겹이 스미게 하여 반투명한 물감층의 흔적을 쌓아 올린다. 이렇게 제작된 <모라>는 탑처럼 쌓여 3차원 조각처럼 전시되기도 하고, <>의 프레임과 결합되어 다양한 변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강서경의 이러한 주요 개념을 담은 <>, <자리>, <모라>뿐 아니라, 개인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그랜드마더타워>, <좁은 초원>, <둥근 유랑> 등 기존 연작에서 발전된 다양한 작업도 선보인다. 더불어 <>, <>, <아워스>, <기둥>, <바닥>과 같이 한층 다변화된 형식의 새로운 조각 설치 및 영상을 포함하여 강서경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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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더타워 Grandmother 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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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Colum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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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Ear

 

 

한편, 이번 전시기간 중 작가가 공간적 서사를 탐구하기 위해 고안한 일종의 퍼포먼스인 액티베이션(Activation)’을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액티베이션은 보테가 베네타의 후원으로 이번 전시와 작품에 맞춰 재구성되어 전시기간 중 멤버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움직임 워크숍10월 중 3회 마련되어 작가가 고안한 액티베이션 움직임을 예술강사와 무용수에게 배울 수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어린이 워크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되며 모든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를 신청 가능하다. 이 외 다양한 정보와 소식은 리움미술관 인스타그램 (Instagram.com/leeummuseumofart)에서도 접할 수 있다. 전시는 1231()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12,000(성인기준)이다. [권수진 기자]

 

 

 

[권수진 기자 ksj93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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