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세상을 상대로 도발적이고 유쾌한 반란, 대림미술관 ‘MSCHF: NOTHING IS SACRED’

현대인들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아티스트 그룹 MSCHF(미스치프) 작품 100여 점 선보여
기사입력 2023.11.10 00:00 조회수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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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과잉 생산되고 변화하는 격변의 시대,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관점과 시각은 무엇일까? 대림미술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MSCHF: NOTHING IS SACRED는 그 물음표의 해답을 찾아보는 전시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대림미술관과 미스치프가 함께 기획한 전 세계 최초의 미술관 전시로 미스치프(MSCHF)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Gabriel Whaley), 케빈 위즈너(Kevin Wiesner), 루카스 벤텔(Lukas Bentel), 스테픈 테트롤트(Stephen Tetreault)가 설립한 아티스트 콜렉티브로 미국 뉴욕의 브루 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스치프는 장난짓(mischief)’이라는 그들의 이름처럼 유쾌하지만, 도발적인 시비를 거는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익숙한 일상과 제품들에 상식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접목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사회적 현상의 일부분을 꼬집어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무엇이다 정의 내리지 않고, 다양한 범주의 한정판 작품을 홈페이지에 2주마다 드롭(Drop)’하는 방식으로 도발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작품마다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한국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의 입대를 소재로 게임 프로그램인 ‘BTS IN BATTLE’을 출시한 바 있고 블러(Blur) 시리즈에서도 한국의 화폐 5만 원권 단위의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한국과 한국 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여 온 바 있다.

 

MSCHF: NOTHING IS SACRED전은 미스치프의 장난기 가득한 풍자적 시선을 마주할 수 있는 전시이자 관객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전시로 이를 통해 작가의 예술적 비전을 실현시키는 전시라 할 수 있다. 전시에는 인터랙티브 게임,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1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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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매거진과 멀티플레이어의 게임 형태로 핵심 가치를 전하다.

전시는 미스치프가 선보인 작품들의 숨겨진 의미와 성격에 따라 5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선보인다. 첫 번째 <ARCHIVE> 섹션에서는 미스치프가 한정판으로 발표한 작품과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 작품을 통해 소구하고 싶은 메시지 등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담은 아카이브용 자료 형태의 8권의 매거진을 디지털 버전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매거진은 2020년 처음 발표한 이후 최근 20239월 발표된 7권의 매거진과 특별판(MSCHF MAG 360)을 통해 소셜미디어, 매스미디어 등 주류 문화에 대항하는 미스치프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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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MULTIPLAYER> 섹션에서는 블랙 유머를 가미한 게임의 형태로 선보이는 작품들로 일반적으로 게임의 소재로 다루지 않는 사회, 경제, 정치, 투자 등과 같은 이슈들에 대해 미스치프가 고안해 낸 참여와 경쟁을 유발하는 게임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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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도 멈추지 않고 화면에 손가락을 올려두고 간단한 지시에 따라 손가락만 움직이는 게임을 한다면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휴대폰을 중독처럼 사용하는 현대인들을 실험하기 위해 진행된 핑거 온 더 앱(Finger on the App)’ 프로젝트는 70시간의 게임 끝에 참여자의 건강을 위해 3명의 우승자가 선정되었으며 상금 25,000달러 (한화 약 3천만 원)을 부여했다.

 

 미스치프는 계좌 하나에 연계된 체크카드를 5천 장 만들고, 카드를 가진 사람들이 통장 잔고를 두고 벌이는 게임 카드 V 카드(Card V Card)’를 진행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채워지는 잔고가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 모른 채 게임이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공동으로 소유한 한정된 재산을 결과에 대한 계획 없이 지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 실험이라 밝혔다. 이처럼 관객들은 미스치프가 고안한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참여하고, 게임의 주제나 진행 방식을 살펴보며 교묘한 전략과 욕망, 투기, 보상, 강박적 집요함 등 미스치프가 다루고자 한 사회적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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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사기, 하나를 위한 사기!

세 번째 <FRAUD FOR ALL, FRAUD FOR ONE> 섹션에서는 현대 사회의 비합리적인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미스치프의 발상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전개된다. ‘모두를 위한 사기 또는 하나를 위한 사기라는 뜻의 섹션 명처럼 개인이 집단으로 모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 때로는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기도 하고, 부당한 제도에 맞서려는 시도가 개인의 이익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 같은 결과는 정당화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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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9달러에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키 포 올 (Key 4 All)’프로젝트는 자동차 1대에 5,000개의 열쇠를 개당 19달러에 판매했다. 특정 전화번호를 통해 차량의 위치 힌트를 얻어 발견하면 열쇠를 가진 누구나 차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차는 파손, 도난, 회수, 수리를 반복하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으나 뺏고 빼앗기며 누군가 완전히 소유할 수 없었다. 미스치프는 이에 대해 공동소유권과 공유경제의 허상에 대한 실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미국 의료 부채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프로젝트로 실제 의료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의료비 청구서를 묘사한 세 장의 대형 유화를 판매하여 약 1억 원의 수익금으로 청구서 주인의 부채를 갚아준 의료비 청구서 회화(Medical Bill Art)’ 프로젝트. 소통이 쉽지 않은 정치인, 공무원에게 의견이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어린이의 글씨체로 편지를 써주는 로봇을 만들어 낸 어린이 십자군(Children’s Crusade) ’등의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놀이이자 짓궂은 장난이 공익을 가져다준다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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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외 다른 모든 것은 살 수 있다.

네 번째 섹션은 1997년 마스터 카드사의 브랜드 캠페인 문구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외 다른 모든 것들은 마스터 카드로.’에서 차용한 타이틀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로 시작된다. 명품브랜드, 식품, 의약품, 도서 등 장르를 넘나들며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 작품들을 통해 상업성과 희소성의 이중적 특성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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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에서 돈뭉치를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스치프는 극도로 낮은 해상도로 블러 처리된 돈뭉치 모양의 피규어를 20달러, 한화 약 3만 원에 판매했고 이는 단 몇 분 안에 매진되었다. 다양한 국가의 에디션으로 선보인 블러(Blur)시리즈는 충동구매의 극단적인 끝을 실험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스치프는 소금 한 톨보다 작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루이비통 가방을 경매로 선보였고, 원래 가격의 4배가 넘는 63,000달러, 한화 약 8,400만 원에 판매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이 외에도 고급스러운 명품 자체가 원자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며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버킨백의 가죽을 해체하고 가공하여 만든 대중적인 아이템 버켄스탁 샌들 버킨스탁(Birkinstock)’을 선보여 최고가 9천만 원대로 판매한 바 있으며, 현실의 제약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고 밝힌 만화적인 부츠 빅 레드 부츠(Big Red Boot)’ 등을 선보인다. 미스치프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표해 매진되고 재판매(리셀) 열풍을 일으킨 화제와 논란의 작품들을 통해 현대인의 물질적 소유와 소비 심리에 대해 한 번 더 되돌아보게 한다.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섯 번째, <NOTHING IS SACRED> 섹션에서는 우리에게 논란은 오히려 각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단단하게 만들고 더 많은 관심을 받게 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밝힌 미스치프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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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해 그렇다면 미스치프는 예수님과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며 운동화의 에어솔 부분에 성수를 넣은 예수 신발(Jesus Shoes)’을 내놓아 2019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신발로 등극했다. 이에 더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협업하여 나이키 운동화의 에어솔에 진짜 사람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든 신발 사탄 신발(Satan Shoes)’ 666켤레를 선보인 바 있으며 이에 따라 나이키와 법정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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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유명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중 하나인 ‘L-Isoleucine T-Butyl Ester(2018)’를 구입한 후 작품 속 점들을 하나씩 자르고, 남은 프레임까지 각각의 작품으로 판매해 7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Severed Spots’, 또한, 유명한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복제해 판매하는 과정을 예술로 간주해 <어쩌면 앤디 워홀의 요정진품 (Possibly Real Copy Of ‘Fairies’ by Andy Warhol)>이라는 제목으로 미스치프가 구입한 진품 1점과 가품 999점을 섞어서 누구도 진짜를 알 수 없는 구조로 모두 판매한 바 있다. 이처럼 미스치프는 예술, 종교, 기술 등 보편화된 사회 분야의 인식을 타파하며 도발적인 시비를 거는 작업을 계속해서 선보이는데, 이를 통해 이 세상에 건드리지 못할 성역,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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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치프의 장난기 가득한 풍자적 시선을 따라 이 세상을 남다른 관점으로 탐색해 보며 문제를 발견하고 영감을 얻는 시간을 경험케 하는 이번 전시는 2024331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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