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정상’과 ‘비정상’ 고착화된 개념으로부터의 자유, 국제갤러리, 김홍석 개인전

국제갤러리, 김홍석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
기사입력 2024.02.02 00:00 조회수 265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K2 1층_시지프의 돌, 2024.jpg
K2 1층_시지프의 돌, 2024

 

 

 

 

[서울문화인] 서구의 미술은 정상적인 미술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서구적 시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 사실주의, 인상주의.., 서구의 미술은 모두 형식이다. 서구의 것을 비서구인이 모방을 하려는 과정에서 비서구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서구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주변인이라 생각했다. 대부분 서양에서 말하는 물질 그 주변에서 얘기했다.”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형식과 매체의 범주를 넘나들며 사회, 문화, 정치, 예술에서 나타나는 서구의 근대성,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비서구권의 독립적 저항 간에 발생하는 애매모호한 인식의 질서를 비판해온 김홍석(b.1964) 작가가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타이틀로 서울점(K2, K3)에서 진행하고 있다.(33일까지) 특히 이번에 소개되는 33점 가운데 5점을 제외하고 모두 2024년 신작이다.

 

앞서 말한 작가의 말을 짧은 시간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말하고 하는 것은 뒤엉킴(entanglement)’이라 한다. 그러나 뒤엉킴은 오히려 작가가 아니라 어쩌면 이를 이해하려는 관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내려놓고 보아도 작가의 세계관을 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예술은 각자의 생각으로 읽는 것이 아닌가... 작가의 생각대로 보려면 K2 1, 2층 그리고 K3로 여정을 따라가 보자.

 

 

김홍석 작가 01.jpg
김홍석(b.1964) 작가

 

 


뒤엉킨 세계는 이원론적 사유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실천의 시작이다. 아마도 현대성은 곧 모든 것의 뒤엉킴일 것이다.” 김홍석

 

 

뒤엉킴그 속에 보편적 개념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

작가가 말하고 하는 뒤엉킴K2 1층에서 잘 드러나는 듯하다. 눈앞에 펼쳐진 작품에 시선이 빼앗겨 서너 걸음 걷다보면 발 끝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느껴져 언능 발을 빼면 그 존재가 흔히 건물 내부에 놓여있는 양탄자다. 무언가 실수한 것이 아닌가.. 느껴지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 발 밑의 무게라는 이 작품은 의도적인 것이니 놀라지 않아도 된다.

 

 

K2 1층_내 발 밑의 무게, 2018 (좌우)하이힐 한 켤레, 상상 악당.jpg
K2 1층_내 발 밑의 무게, 2018 (좌우)하이힐 한 켤레, 상상 악당

 


K2 1층.jpg
K2 1층

 

 

 

바닥에 놓인 카펫 조각, 돌멩이를 든 손, 하이힐 높이로 제작된 슬리퍼, 조커의 얼굴에 고양이 몸을 한 조각, 픽토그램처럼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된 불꽃 조각, 다섯 손가락을 표현했다는 <다섯 손가락>, 찌그러진 별... 단순 시각적으로도 정형, 비정형이 뒤엉겨 친숙하면서도 낯선 광경을 선사한다.

 

 

K2 1층_극사실주의 노동, 2024 02.jpg
K2 1층_극사실주의 노동, 2024

 

 

K2 1층_A STAR, 2011.jpg
K2 1층_A STAR, 2011

 

 

K2 1층_실제 악당, 2024  01.jpg
K2 1층_실제 악당, 2024

 

 

 

더 깊이 들여다보면 조커의 얼굴에 고양이 몸을 한 조각은 조커가 고양이 털옷을 입은 것인지, 고양이가 조커의 탈을 쓴 것인지 분간할 수 없으며, , , 카펫 등은 극사실적으로 묘사되었음에도 불구, 그 모습과는 모순되는 성질의 재료로 구성되었다. 실제 무거워야 하는 돌멩이는 레진을 사용해 매우 가볍게, 가벼워야 하는 카펫은 브론즈를 활용해 아주 무겁게 제작되었다.

 

작가는 실재-허구, 정상-비정상, 옳고-그름의 대립항들이 뒤엉킨 상태, 즉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진정한 현대성, 즉 보편적 개념에 얽매이지 않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완전한 자유로움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K2 2층 01.jpg
K2 2층_김홍석, (좌로부터) Unity, Composition, Tension, 2024

 

 

'고착화된 개념으로부터의 자유', 동서양의 뒤엉킴

K2 2층에는 1층에서와 달리 한국인에게는 낯설지 않지만 1층의 작품과 비교하면 왠지 낯설다.

 

나는 곧 60세가 되지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동양 미술을 실습할 기회가 없었다. 미술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의 산업, 사유의 혁명이 일어난 후 서구는 모든 종류의 산업과 사유체계를 정립했다. 독일 유학 시절, 내 눈을 뜨게 한 교수의 질문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서구 미술에 더 깊숙이 빠져 있었을 것이다. 그가 내게 한 조언은 너는 한국적 현대미술을 보여주어야 한다.”였다. () 그러나 나는 한국적 정체성보다는 사회적 문제와 미술의 효용과 역할에 관심을 쏟고 싶었다.”

 

K2 2층 03.jpg
K2 2층_김홍석, 사군자, 2023

 

 

이 공간의 작품은 작가의 최근작 가운데 올해 제작한 사군자라 명명한 작품이다. 작가는 내 인생의 첫 번째 사군자 회화이다.”고 말하는 이 작품은 총 4개의 캔버스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시 배열을 동양적으로 하지 않았다. 또한, 사군자 페인팅을 필두로 연꽃, 대나무, 잡목 등을 그린 회화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사군자의 묵향 대신 돋보이는 두터운 마티에르(matièe)는 동양의 군자(君子) 정신과 태도를 서구 모더니즘의 개념으로 지워버리고, 현대 동양인의 정신분열적 물질성을 보여준다. 동양화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그에 대항하는 개념인 서양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아크릴과 캔버스를 재료로 한지가 아닌 캔버스에 사군자를 그려내었다.

 

 

K3 02.jpg
K3_ 김홍석, 믿음의 오류(운석), 2024

 

 

 

미술관 지붕을 뚫고 떨어진 거대한 운석

국제갤러리 K3에서는 가끔 관람객이 상상할 수 없는 연출로 놀라움과 동시에 즐거움을 준다. 이번 K3에는 그동안 보아온 작품들에 비해 유쾌한 광경을 마주한다. 전시장 중앙에는 천장을 뚫고 떨어진 거대한 운석을 마주하게 된다. 중력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깨진 모습의 이 운석 사이로는 지구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불문율적으로 합의한 이라는 기호를 띤 두 개의 물체가 관찰된다. 작가는 한때는 별이었으나 현재는 하나의 돌에 지나지 않는 본체와, 그 내부에 보이는 별의 표상의 조화를 통해 실재적 존재해석적 존재의 개념을 뒤엉키게 만든 것이라 한다.

 

 

K3 01.jpg
K3_ 김홍석, 믿음의 오류(운석), 2024

 

 

K3 04.jpg

 

 

 

그리고 운석 앞에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책상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것인지 아님 이 모습을 그리려고 한 것인지 책상 위에는 ‘A STAR IS BORN’ 글씨와 별이 떨어진 모습을 바라보는 남여의 그림이 놓여 있다.

 

한편, 전시장 내부에는 공공장소에서 흔히 들리는 음악에서 착안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작가는 어릴 적 백화점에서 들었던 조용하면서도 세련된 음악의 존재를 인식한 후로 줄곧 기차역, 공항, 쇼핑몰과 같은 공적 공간의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대중적인 배경음악은 관람객의 무의식에 도달해 갤러리가 고급스럽고 특수한 곳이 아닌 공공적 공간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저작권자ⓒ서울문화인 & www.sculturein.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0
이름
비밀번호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