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800년 전 고려의 빛 담은 나전칠기 1점 국내로 돌아오다.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13세기 고려 나전
기사입력 2023.09.11 00:00 조회수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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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국화넝쿨무늬와 모란넝쿨무늬가 흐트러짐 없이 배열된 나전칠기는 80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선에 따라 형형의 색을 발한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 이하 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새롭게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33.0 x 18.5cm, 높이19.4cm)를 언론에 최초 공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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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을 설명하는 최응천 문화재청장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상자)’의 문화재적 가치는 희소성이다.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 약 22여 점으로, 완형은 약 15점이 남아있는 것을 파악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국내에는 총 6점이 남아있는데 고려 나전칠기 완형은 국내에 단 2(경함 1, 불자 1) 뿐이다. 그러다 2020년 일본의 한 소장가로부터 환수하여 나전합1점 환수되어 들어오기도 했다. 당시 환수된 나전합은 모자합(母子盒,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자합(子盒) 중 하나로, 전 세계에 단 3(미국, 일본)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상황에서(대영박물관에 손상된 1, 국립중앙박물관에 일제강점기 출토품 2점이 불완전한 잔편으로 소장), 유일하게 매입 가능했던 개인 소장품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대부분은 미국과 일본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매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여 년 이상 보관되어 최근까지 일본에서조차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물로 문양과 보존상태가 고려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파악되지 않았던 고려나전이라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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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재단의 일본 현지 협력망(네트워크)을 통해 최초로 확인되었고 이후 문화재청과 재단은 1년여 간의 치밀한 조사와 협상 끝에 지난 7월 마침내 환수에 성공했다. 환수를 위해 재단은 정밀조사를 위해 소장자와 오랜 기간 설득하여 올 4월 국내와 들여와 사전 조사를 진행, 고려나전임을 확인하였다.

 

나전칠기는 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이다. 목재, 옻칠, 자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문양을 장식하는 등 고도의 정교함과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공예 기술의 집약체라고도 일컬어진다.

 

특히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다. 12세기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의 서긍(徐兢)<고려도경(高麗圖經)>나전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螺鈿之工 細密可貴)”라고 기록했으며, <고려사(高麗史)>에도 이미 11세기에 고려 조정이 송(), () 등 외국에 보내는 선물 품목에 나전칠기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볼 때 당시 주변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고려도경(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1123(인종 1) 고려 중기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徐兢)이 지은 책으로 당시 고려의 문물과 풍속 등을 기록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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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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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13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며, 무늬의 정교함은 고려 나전칠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이라 할 수 있다.

 

문양을 살펴보면,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연주(連珠,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하여 만든 무늬)무늬가 고루 사용되었다. 전체 면에 자개로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를 장식하고, 천판(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배치했으며, 외곽에는 약 1,670개의 연주무늬가 촘촘히 둘러져 있는 등 사용된 자개의 수가 약 45,000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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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무늬의 천판(뚜껑 윗면) 세부

 

 

또한 C자형 금속선으로 국화꽃무늬를 감싸고 있는 넝쿨줄기를 표현했고, 두 선을 꼰 금속선으로 외곽 경계선을 표현했다. 국화꽃무늬는 중심원이 약 1.7mm이며, 꽃잎 하나의 크기는 약 2.5mm에 불과한데, 꽃잎 하나하나에 음각으로 선을 새겨 세부를 정교하게 묘사했다.

 

이처럼 자개로 국화 또는 모란무늬를 기물 전면에 빼곡하고 규칙적으로 배치한 점, 단선의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묘사한 점, 매우 작게 오려낸 자개에 음각의 선을 그어 세부를 표현한 점 등은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8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나전 본래의 무지개 빛깔과 광택이 살아있어 오색의 영롱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전과 금속선 등 장식 재료의 보존상태도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나전 중에서도 매우 탁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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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 촬영분석_앞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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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 촬영분석_윗면

 

 

앞서 밝혔듯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환수 과정에서 매입 전에 유물을 국내로 들여와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 재료 등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밝혀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X선 촬영 등 과학적 조사를 통하여 정밀분석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목재에 직물을 입히고 칠을 한 목심저피칠기(木心苧被漆器)로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칠기 제작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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